이명박 대통령이 5월 3일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최근 국정 최대 과제가 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관한 홍보활동을 폈다.
이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오늘부터 저도 자전거 열심히 타고 다니고, 또 대한민국이 앞으로 3년 이내에 자동차 생산국 3대 강국에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수많은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네티즌 비판의 초점은, 얼마전에 이 대통령이 일명 "지하벙커" 회의에서 언급한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같은 것 좀 만들어 보자"는 발언에서 보여지는 "구체적 플랜없이 일단 내뱉고 보는 언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의 자전거 3대 생산국 발언 역시 "닌텐도"의 그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물론 생산업체에 정부가 지원정책을 펴는등 자전거 생산을 국가적 과제로 삼는다면 단순한 생산량에 있어서 세계 3위가 아니라 세계 1위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해서 생산된 자전거들을 과연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도쿄 고쿠분지의 자전거/바이크 전용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권을 끊은 후 나중에 출구에서 정산한다.
지금도 1년에 약 9백만대 이상을 수입하고, 1백만대를 수출하는 일본은 명실상부한 자전거 대국이다. 하지만 일본을 자전거 대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한 생산량이 아니라 자전거 도로, 전용 주차장, 도심의 배기가스 규제 정책, 행정기관의 자전거 관리 시스템등 시민들이 자전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잘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특히 도쿄, 오사카등의 대도시에 자전거 문화가 정착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 카(Car) 저널리스트 하세가와 토리유키는 JPNews의 취재에 먼저 "자기 집이 없는 임대주택자들이 자가용 차량(승용차)을 사려면 반드시 월 3만-6만엔(한화 40만원-80만원)의 주차장 계약을 해야 한다. 불법주차는 당연히 허용되지 않고, 또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법주차는 엄두를 못낸다. 벌점도 벌점이지만, 견인된 차량을 찾기 위해서는 3만엔(벌금 1만 5천엔, 경찰서 주차장 비용 1만 5천엔)이상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본의 대도시는 철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문제는 이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역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이냐는 건데 택시는 기본요금이 700엔(한화 약 9천원)이상이고 버스 역시 구간별로 다르지만 200엔이상 든다. 그런데 역 주위에는 대부분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요금도 보통 24시간 이용에 100-200엔정도로 싸다. 또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매년 3월에 시에서 하는 자전거 주차장 계약 추첨에 당첨되면 3천, 4천엔 정도의 요금만으로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생산량 보다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
IT 기업에 근무하는 우카이 료지(27)는 자전거를 이용해 회사(도쿄 치요다구)에서 집(스기나미구)까지 약 1시간 동안 매일 2번씩 달린다.
선천적 천식환자인 그는 "예전부터 자전거는 즐겨 탔지만, 시내는 못 탔다. 공기가 안 좋으니까. 그러다가 배기가스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시내 공기도 좋아지고 해서 2008년부터 자전거로 통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배기가스 규제 정책은 도쿄도가 2004년 10월부터 실시한 정책으로 막대한 배기가스를 내뿜는 디젤차량을 규제하기 위한 조례안이다. (참고자료 : 도쿄도의 자동차에 관한 규제정책 PDF 화일)
도쿄도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제일 먼저 실시했지만, 지금은
전철역 주위에 반드시 존재하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도 자전거 이용객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도쿄 인근의 고쿠분지의 경우 일반 사기업인 사이카 파킹 주식회사가 고쿠분지시(市)의 위탁을 받아 역 근처 네군데에서 자전거/바이크 전용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는 24시간에 100엔이며, 바이크의 경우 300엔. 수용능력은 합계 2천대에 달한다.
사이카 파킹의 홍보 관계자는 JPNews와의 전화통화에서 "매일 가득찬다. 이 네곳 주차장만 본다면 한달 수익은 보통 6백만엔 정도로 5명의 주차관리 요원의 급료등 운영/관리비로 한달에 약 4백만엔이 나간다. 최근 요금체계를 자동으로 바꾸어서 인건비가 절약되었다"고 답했다.
자전거 주차장만으로 한달에 2백만엔(한화 약 2천6백만원)의 현금 순수익을 올리는 것도 솔직히 부럽지만, 그보다 역 근처에 이런 자전거 전용 주차시설을 행정기관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마련해 두었기 때문에 시민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자전거 등록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다. 보통 소비자가 가게에서 자전거를 사면 이름, 주소, 전화번호등을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 등록표를 작성하고 현장에서 바로 자전거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일종의 차번호인데, 이때 소비자가 기입한 정보는 나중에 관할 경찰서로 넘어가 경찰청의 전국 자전거 정보 네트워크 시스템에 입력된다.
자전거 넘버. 일본의 모든 자전거는 경찰청이 관리하는 등록번호를 자전거에 부착시켜야 한다.
불법주차된 자전거는 3번까지 경고 딱지를 받고, 4번째에 철거된다. 이 자전거의 운명은?...
일본에서 생활해 본 독자라면 잘 알겠지만, 밤늦게 자전거를 타고가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하면 거의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전거 등록 좀 확인해도 되겠냐? 이름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름을 말하면, 경찰은 다시 무전기로 뭐라 보고하고 이것저것 확인을 거친 후에 "확인했습니다. 협조해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도난 자전거 확인을 위한 것으로 이때 만약 도난된 자전거라는 게 밝혀지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직접 훔쳤을 경우엔 물론 절도죄로 구속되지만, 문제는 버려진 자전거를 주워 탔을 경우인데 이를 입증하기가, 속된 말로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그래서 누가 봐도 버려진 자전거라 할지라도 손을 안댄다. 그러면 나중에 시청 담당부서가 일괄적으로 수거해서 보관한다.
결국 이러한 인프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자전거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한국 역시 국가주도로 민/관이 일체가 되어 총력을 다한다면 생산량에 있어 3대 강국에 들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정말 저탄소 녹생성장을 위한 소재로 자전거를 선택했다면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그래도 자동차 불법주차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길거리가 더더욱 엉망진창이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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