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일본문화 (日本語·日本文化)

일본 오바마시의 유명세(小浜市の有名稅)

별이(スバル) 2008. 12. 8. 18:25

바다는 사람을 맺어준다 어머니처럼.” 일본 후쿠이현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비석에 한글과 일본어로 새긴 문구다. 비석의 사연은 이러하다. 1900년 1월 조선 상인 93명을 태운 목선 한 척이 이 마을에 표류해 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물건을 사고판 뒤 함경도 명천으로 돌아가던 중 풍랑에 휩쓸린 지 보름 만이었다. 주민들은 굶주린 선원들에게 밥을 먹이고 상처를 치료해준 뒤 8일 만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게 도와줬다. 말이 통하지 않아 한문으로 필담을 나누던 선원들과 주민들은 헤어질 때 서로 껴안고 울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마을 주민들은 이 같은 풀뿌리 민중의 교류를 노래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 어촌이 바로 지금 전 세계 언론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오바마(小浜)다. 예부터 수산업이 발달했고 일본 조정에 진상하던 간고등어를 비롯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졌지만 인구 3만2000명의 조용한 어촌이란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두 번째 한반도와의 인연은 악연이다. 78년 7월 오바마 해안에서 23세 청년 지무라 야스시가 약혼녀와 함께 실종됐다. 지무라의 차는 해변 전망대에서 시동키가 꽂힌 상태로 발견됐다. 훗날 남녀는 북한 공작원에게 끌려간 것이 확인됐고 2002년 납치 24년 만에 중년 부부가 되어 돌아왔다. 이 사건 역시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마주한 지리적 여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아소 다소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본의 오바마 마을을 알고 있고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바마시 당국은 내친김에 대통령 취임 후 방일 때 들러달라고 초청할 기세다. 현지에선 당선인의 얼굴을 새긴 관광상품이 줄이어 나왔다. 우연히 이름이 같은 것 말고는 아무 인연이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니 부화뇌동이라 할 만도 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굴러온 행운을 놓치지 않고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근저엔 늘 바다 너머 세상과 교류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오바마 시민들의 코즈모폴리턴 기질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그러고 보니 오바마 본인이야말로 서로 다른 인종과 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종교가 다른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코즈모폴리턴이 아니던가.


예영준 정치부문 차장 / 中央日報 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