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世間話)

강원도 양구출신 이해인 수녀님의 주옥같은 시"여정"

별이(スバル) 2011. 4. 14. 17:00

 

2008년 직장암 수술을 받고 몸속의 병마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수도자이기 이전에 여린 인간으로 겪어야 하는 상실감과 관조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강원도 "양구출신"의 시인, 이해인 수녀님의 새 책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산문집이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강원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시 "여정"을

소개합니다. 

 

 

여 정

          詩 : 이 해 인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여정 마치기 전

꼭 한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